2023. 1. 24. 09:34ㆍ선현의 지혜
○ 4차원 공간에 사는 벌크 존재가 우리의 3차원 브레인을 통과하면
공간 차원 3개와 시간 차원 하나를 가진 우리 우주가 정말로 5차원(공간 차원 4개, 시간 차원 하나) 벌크 속에 들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또 고차원 공 모양의 존재들, 곧 "초구(超球) 존재들(hyperspherical beings)"이 그 벌크에 산다고 가정하자.
초구 존재는 중심과 표면을 가질 것이다. 그 표면은 4차원 공간에서 그 중심으로부터 일정한 거리(이를테면 30센티미터)만큼 떨어진 모든 점들로 이루어질 것이다. 초구 존재의 표면은 3차원일 것이고 내부는 4차원일 것이다.
이런 초구 존재가 벌크에서 "오지 차원" 방향으로 이동하다가 우리 브레인을 통과한다고 하자. 우리는 무엇을 보게 될까? 대번에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초구의 구형 단면들을 보게 될 것이다.
우선 느닷없이 점 하나가 나타난다. 그 점이 확대되어 3차원 공이 된다. 그 공이 더 커져서 최대 지름에 도달한다. 이어서 공이 수축하여 점으로 되고 이내 사라진다.
벌크에서 사는 4차원 인간이 우리 브레인을 통과한다면, 우리가 무엇을 보게 될지 당신은 짐작이 가는가?
○ 벌크 존재들의 정체와 그들이 발휘하는 중력
만약 벌크 존재들이 존재한다면, 그것들은 무엇들로 이루어졌을까? 틀림없이 우리처럼 원자에 기초한 물질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원자는 3차원이다. 원자는 3차원 공간에서만 존재할 수 있고, 4차원 공간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 아원자입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전기장과 자기장, 그리고 원자핵들을 결합하는 힘들도 마찬가지이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물리학자들 중 일부는 만일 우리 우주가 정말로 고차원 벌크 속에 들어있는 브레인이라면, 물질과 장들과 힘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노력의 결과들은 우리가 아는 모든 입자들과 힘들과 장들은 우리 브레인에 국한된다는 결론을 상당히 확실하게 시사한다. 그런데 예외가 하나 있으니, 그것은 중력, 그리고 중력과 연관된 시공의 굴곡이다.
설령 벌크 힘들과 장들과 입자들이 존재하더라도, 우리는 절대로 그것들을 보거나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벌크 존재가 우리 브레인을 통과할 때 우리는 그 존재를 구성하는 재료를 보지 못할 것이다. 그 존재의 단면은 투명할 것이다.
다른 한편, 우리는 그 존재가 발휘하는 중력과 중력에 의한 공간과 시간의 굴곡을 느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초구 존재가 나의 위(胃) 속에 나타나서 충분히 강한 중력을 발휘하면, 나의 위는 쪼그라들기 시작하고, 나의 근육들은 그 존재의 구형 단면의 중심으로 빨려들지 않으려고 긴장할지도 모른다.
만약 그 벌크 존재의 단면이 색동 바둑판 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면, 그 존재가 일으키는 공간의 굴곡 때문에 중력 렌즈 효과가 발생하여 내가 보는 이미지가 왜곡될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서 그 벌크 존재가 회전한다면, 내가 보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의 소용돌이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 「인터스텔라」에서 언급되는 벌크 존재들
「인터스텔라」에서 모든 등장인물들은 벌크 존재들이 있다고 확신한다. 물론 "벌크 존재"라는 명칭은 드물게만 쓰이고, 대개 등장인물들은 벌크 존재들을 "그들"로 칭한다. 경외심을 일으키는 그들.
영화의 초반에 아멜리아 브랜드는 쿠퍼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들이 누구이든 간에,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저 웜홀은 우리를 다른 별로 여행할 수 있게 해줘. 딱 필요할 때, 웜홀이 나타난 거야"
크리스토퍼 놀런의 기발하고 흥미로운 아이디어들 중 하나는 그들이 실은 우리 후손이라고 상상한 것이다. 그들은 먼 미래의 인간들, 더 진화하여 공간 차원을 하나 더 얻고 벌크에서 사는 인간들이다.
영화의 후반에 쿠퍼는 타스에게 말한다.
"아직도 모르겠니, 타스? 그들은 존재가 아냐. 그들은 우리야. 내가 머프를 도우려 한 것 과 똑같이 우리를 도우려 하지"
타스가 대꾸한다.
"사람들은 이 테서랙트를 제작하지 않았습니다" (이 장면에서 쿠퍼는 테서렉트에 타고 있다)
쿠퍼가 말한다.
"아직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제작하지. 너와 나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우리가 아는 4차원 너머까지 진화한 사람들이"
쿠퍼, 브랜드, 인듀어런스 호의 승무원들은 벌크에서 사는 우리 후손들의 중력이나 그들이 일으키는 공간의 굴곡과 소용돌이를 끝내 느끼거나 보지 못한다. 이 경험은, 혹시 이루어진다면, 「인터스텔라」 속편의 몫으로 남겨진다.
그러나 테서랙트를 타고 벌크를 가로지르는 쿠퍼 자신은 인듀어런스 호의 승무원들과 더 젊은 자신을 돕기 위해서, 벌크를 가로질러 그들에게, 중력을 통해서 접근한다. 브랜드는 쿠퍼가 곁에 있다는 것을 느끼고 보며, 쿠퍼가 그들이라고 생각한다.
클라이맥스 : 가르강튀아 속으로
○ 테서랙트에 의해서 구조되다
가르강튀아(블랙홀) 안으로 떨어진 레인저 호는 "특이점"에 접근하면서 엄청난 기조력에 직면한다. 쿠퍼는 최후의 순간에 아슬아슬하게 탈출한다. 레인저호는 기조력에 의해서 찢어진다.
특이점의 경계에는 쿠퍼를 기다리는 테서랙트가 있다. 추측하건대 벌크 존재들이 가져다 놓은 테서랙트이다.
○ 테서랙트
「인터스텔라」에서 테서랙트의 입구는 하얀색 체스판 패턴이다. 테서랙트에 진입한 쿠퍼는 빛다발들 사이의 통로로 떨어진다. 눈부심과 혼란 속에서 그는 통로의 벽에 벽돌처럼 늘어선 것들을 후려치는데, 알고 보니 그것들은 책이다. 통로는 큰 방으로 이어지고, 쿠퍼는 그 방에서 둥둥 뜬 채로 몸부림치며 차츰 방향감각을 회복한다.
○ 놀런의 복잡한 테서랙트
쿠퍼는 머프의 침실 돌출 부위들에서 시간이 흐르는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따라서 그는 테서랙트 복합체 속에서 쉽게 이동하여 자신이 원하는 거의 모든 때의 침실로 갈 수 있다. 영화에서 쿠퍼는 그런 시간 통로를 따라서, 침실에서 책들이 유령의 장난처럼 떨어지는 때로부터 손목시계가 똑딱거리는 때로 이동한다.
○ 놀런의 시간여행 규칙 집합
규칙 1 : 사람과 광선처럼 공간차원을 3개 가진 물체와 장(場)은 우리 브레인의 한 위치에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다른 위치로 이동할 수 없다. 그런 물체와 장이 운반하는 정보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예컨대 쿠퍼가 자신의 과거로 이동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규칙 2 : 중력은 우리 브레인의 과거로 메시지를 운반할 수 있다.
'선현의 지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터스텔라의 과학 #2 시간여행 1부 (0) | 2023.01.24 |
---|---|
인터스텔라의 과학 #1 (0) | 2023.01.22 |
한비자(韓非子)의 철학 (0) | 2023.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