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의 과학 #2 시간여행 1부

2023. 1. 24. 01:32선현의 지혜

언제 봐도 너무 어려운 시간여행 내용입니다. 요약하면 우리가 사는 차원보다 높은 차원의 존재는 우리 세계를 언제든 "통과"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휜 시간과 공간, 기조력

 

○ 아인슈타인의 시간 굴곡 법칙

 

아인슈타인은 1907년부터 중력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따금 노력했다. 마침내 1912년에 그는 빛나는 통찰을 할 수 있었다. 

 

지구나 블랙홀처럼 무거운 물체에 의해 '시간'이 휘어야 하고, 그 휨(굴곡)의 원인은 중력임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이 통찰을 명료한 수학 공식으로 표현했는데, "아인슈타인의 시간 굴곡 법칙"이라고 부르는 그 공식을 일상적인 말로 풀면 이런 뜻이다.

 

"만물은 자신이 가장 천천히 늙는 곳에서 살고 싶어하며, 중력은 만물을 그곳으로 이끈다"

 

 

○ 공간의 굴곡 : 벌크와 우리 브레인

 

1912년에 아인슈타인은 무거운 물체에 의해서 시간이 휠 수 있다면 공간도 휘어야 함을 깨달았다. 1912년부터 1915년 후반까지 그는 애쓰고 또 애썼다. 마침내 1915년 11월, 위대한 유레카의 순간이 찾아왔고, 그는 "일반상대론 장방정식"을 세웠다.

 

1976-77년에 하버드 대학의  리젠버그 팀이 바이킹 1호, 2호 우주선 실험으로 얻은 결과는 태양 주위의 공간이  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공간이 "우묵하게 휠(bend down)" 수 있을까? 철판이 공간 속에서 휘는 것처럼, 공간도 휘려면 무엇인가 속에 들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공간은 더 높은 차원의 초공간, 이른바 "벌크" 속에서 휜다. 그리고 벌크는 우리 우주의 일부가 아니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우리 우주는 공간을 3개(동서, 남북, 상하 방향) 가졌다. 그리고 우리는 그 우주를 고차원 벌크 속에서 휘어 있는 3차원 막(membrane), 줄여서 3차원 브레인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벌크는 얼마나 많은 차원을 가졌을까?

 

인터스텔라에 국한한다면, 벌크의 공간 차원은 4개이다. 인터스텔라의 등장인물은 5차원을 자주 언급한다. 그 언급에서 3개의 차원은 우리 우주, 곧 브레인의 공간 차원들(동서, 남북, 상하 방향)을 의미한다. 네 번째 차원은 시간이며, 다섯 번째 차원은 벌크가 추가로 가진 공간 차원 하나를 뜻한다.

 

 

웜홀

 

○ '웜홀'이라는 이름의 유래

 

사과 위에서 기어다니는 개미에게 사과 표면은 우주 전체이다.

 

만일 그 사과를 관통하는 벌레 구멍이 있다면, 개미가 사과 꼭대기에서 밑바닥까지 가는 길은 두 가지이다.

사과 표면을 따라 우회하는 (개미의 우주를 통과하는) 길, 그리고 벌레 구멍을 통해서 곧장 내려가는 길. 더 짧은 것은 벌레 구멍 길이다. 그 길, 곧 "웜홀"을 통한 길은 우주의 한편에서 반대편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웜홀이 통과하는 사과의 달콤한 속살은 개미의 우주의 일부가 아니다. 그 속살은 3차원 벌크, 혹은 초공간이다.

 

○ 『콘택트』

 

우주를 신속하게 이동하려면 블랙홀이 아니라 웜홀이 필요하다. 그것도 단절되지 않는 웜홀, 통과 가능한 웜홀이. 

 

웜홀 속으로 광선 다발 하나를 반지름 방향으로 발사해보자. 그 다발 속의 모든 광선은 반지름 방향으로 뻗어 나가므로, 웜홀에 진입할 때는 수렴하고 (단면적이 줄어들고) 웜홀을 벗어날 때는 발산해야 (단면적이 늘어나야) 한다. 요컨대 웜홀은 마치 오목렌즈처럼 광선들을 바깥쪽으로 휘게 한다.

 

반면에 태양이나 블랙홀처럼 중력을 발휘하는 천체들은  광선들을 안쪽으로 휘게 한다. 광선들을 바깥쪽으로 휘게 하려면, 천체가 음의 질량을 가져야 한다. 이런 물질은 "별난 물질(exotic matter)"이라 부른다.

 

 

○ 웜홀이 자연적인 천체로서 존재할 수 있을까?

 

우리가 우리 우주에서 보는 천체들 중에는 세월이 지나면 웜홀이 될 수 있을만한 것이 전혀 없다. 반면에 나중에 핵연료를 소진하면 쪼그라들어 블랙홀이 될 무거운 별은 엄청나게 많이 관찰된다.

 

 

○ 초고도 문명이 웜홀을 창조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품어보는 유일한 희망은 초고도 문명이 통과 가능한 웜홀을 만드는 것이다.

 

기존에 없던 웜홀을 만드는 한 방법은 (만약 양자 거품더미가 존재한다면) 양자 거품더미에서 지극히 작은 웜홀 하나를 떼어내서 인간적인 규모 이상으로 확대하고 별난 물질로 관통하여 열린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4차원과 5차원

 

○ 벌크 : 정말로 있을까?

 

벌크는 실제로 존재할까, 아니면 우리의 상상력이 지어낸 허구에 불과할까?

 

1980년대까지 대다수의 물리학자는 벌크가 허구라고 생각했다. 더 높은 차원의 벌크가 없어도 우리 우주는 얼마든지 휠 수 있다. 물리학자들은 우리 우주의 굴곡을 벌크의 도움 없이 수학으로 기술할 수 있다. (고 생각했다)

 

그러나 1984년에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런던 대학의 마이클 그린과 캘리포니아 공대의 존 슈워즈가 양자중력 법칙들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의 역사에서 엄청난 도약을 이룩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그들의 도약은 오직 우리 우주가 공간 차원 9개와 시간 차원 한 개를 가진 (우리 브레인보다 공간 차원이 6개 많은) 벌크 속에 들어 있어야만 유효했다.

 

이른바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에서 벌크의 추가 차원들은 여러 중요한 방식으로 우리 브레인에 영향을 미친다.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면 우리는 물리학 실험을 통해서 그 영향을 측정할 수 있다. 그 영향은 양자물리학 법칙들과 아인슈타인의 상대론 법칙들의 조화를 가능하게 할지도 모른다.

 

 

벌크에서 사는 존재들

 

○ 2차원 브레인과 3차원 벌크

 

당신이 정사각형과 마찬가지로 2차원 우주에 사는 2차원 존재라고 상상해보자. 당신의 우주는 테이블 윗면, 또는 고무 막일 수도 있다. 당신의 세계는 현대 물리학의 어법에 따르면 "2차원(2D) 브레인"이다.

 

양질의 교육을 받은 당신은 3차원 벌크가 존재하고 그 속에 당신의 브레인이 들어있다고 추측하지만 확신하지는 못한다. 어느 날 3차원 벌크에서 "공[球]"이 당신을 찾아온다면, 당신이 얼마나 감격할지 상상해보라. 당신은 공을 "벌크 존재(bulk being)"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이 관찰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갑자기 어떤 예고도, 눈에 띄는 출처도 없이 파란색 점이 당신의 브레인에 나타난다. 그 점이 확대되어 파란색 원반이 되고, 그 원반이 점점 커져 최대 지름에 도달한다. 이어서 그 원반이 차츰 줄어들어 점이 되고 완전히 사라진다.

 

당신은 물질이 보존된다고 믿는다. 어떤 대상도 무로부터 창조될 수 없다. 그런데 이 대상은 무로부터 창조되었다. 당신이 생각해낼 수 있는 유일한 설명은 3차원 벌크 존재인 공이 당신의 브레인을 통과한 것이다.

 

'선현의 지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터스텔라의 과학 #3 시간여행 2부  (0) 2023.01.24
인터스텔라의 과학 #1  (0) 2023.01.22
한비자(韓非子)의 철학  (0) 2023.01.22